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튤립은 가고, 장미는 돌아오고

by 열정없음 2022. 5. 13.

2022년 3월 8일

겨울내내 덮어 두었던 거적사이를 비집고 어린아이들이 얼굴을 내밀자 거적 이불을 걷어낸 상태.

괜찮겠니? 아직 좀 이르지 않어?

 

 

2022년 3월 22일

너도나도 다투어 꽃을 피우기 시작했다. 비가 오지 않아 촉촉함이 부족한 상태이지만 지나가는 할머니도 할아버지도 아줌마도 아저씨도 폰으로 사진을 찍는 모습이다. 그 후로 한달가량 튤립의 전성시대였다.

 

 2022년 5월 10일

꽃잎이 떨어져 물병 씻는 솔에 스펀지가 도망간 모습으로 땅에 뿌리를 내리고 버티던 아이들의 모습이 참 허무하고 안쓰러웠는데, 한달 가량의 봄나들이를 마친 튤립은 내년을 기약하며 구근의 모습으로 저장 창고로 들어갔다.  

산책로에 튤립 심어 가꾸는데 몇 억의 예산이 들었다고 했다. 그렇게 많은 돈을 들여 굳이 뭐하러~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여러 가지 색깔로 활짝 핀 튤립이 살랑거리는 산책로를 지나가는 사람들은 모두 행복해 했다.

그래, 먹는 것도 아니고 입는 것도 아닌데, 눈으로 느끼는 행복을 위해서도 돈이 드는구나~

튤립이 지키고 있던 자리는 흙덩이가 뒹굴고 주변엔 다른 꽃들이 살랑대고 있는데 내 맘은 그곳의 메마른 흙덩이 마냥 퍼석거리는 느낌이었다.

산책로 샛길로 아파트 울타리를 지나 들어오는 길에

어머낫!

 

너희들이었구나~ 튤립이 넘긴 배턴을 이어 받은게~

아! 너희는 정말 어쩌면 좋니?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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